호텔 건물 뿐아나라 내부를 장식한 화려한 중앙홀은 구조적으로도 예술적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호텔 건물 뿐아나라 내부를 장식한 화려한 중앙홀은 구조적으로도 예술적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1980년대 불모지였던 한국 건축사에 등대가 된 남산에 힐튼호텔(현재 밀레니엄 힐튼서울)이 오는 12월말 영업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부동산 투자 회사 이지스자산운용이 이 건물을 사들여 헐고 새로운 호텔과 오피스 및 복합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힐튼 서울은 198312월 총 22개층, 700여개 객실 규모로 문을 연 5성급 특급 호텔이다. 원래 주인은 대우그룹으로 한국 현대 경제사에서 한때 3대 영웅으로 불리던 김우중회장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에서 탄생된 호텔이다.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김종성씨에 따르면 1977년 그가 미국 일리노이 공대 교수로 재임중일때 김우중 회장이 찾아왔는데, 첫 만남에서 김회장은 경기고 1년 선배인 김교수를 다짜고짜 “형님” 이라 부르며 “대우그룹 인접 부지에 세계적인 호텔을 지어주십시오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달 뒤 김교수의 집 지하실에서 제도 테이블을 놓고 함께 도면을 그린 것이 지금의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시작이었다

최상의 뷰인 서울 남산을 무대로 설계된 힐튼 호텔은 지난 40여년간 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굵직한 협상의 주무대이기도 했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이곳에서 지명됐고,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김종필 후보간 통합의 비밀 협상도 이 호텔에서 이뤄졌다. IMF 금융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 협상을 최종 서명한 곳도 남산 힐튼이었다. 그런가 하면 연말에 요즘은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들을 흔하게 볼수 있지만 1998년 국내 첫 대형 트리를 오픈하며, 크리스마스 열차 발대식이란 획기적인 이벤트로 해마다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즐거움을 전하였다. 당시 개인적으로도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가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선사하며 멋진 추억을 공유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많은 국민의 기억과 추억이 깃든 이 건물은 구조나 용도 면에서도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건축 전문가들은 “화려한 중앙홀과 각종 공간은 완성도 차원에서 다시 만들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애당초 호텔 건물을 설계할 때도 수익을 더 많이 내기 보다 멋과 철학을 담는 방향으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문화공간적 가치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근래 중수한 일부 고궁을 빼면 서울에 문화적 가치와 역사성을 가진 구조물이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볼때 역시 철거 직전에 가까스로 보존된 김수근 건축가의 계동에 공간사옥 처럼 미래 세대에 유산으로 남길 만한 건물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건축계에선 "신라 범종을 녹여 가마솥을 만들겠다는 처사"라며 힐튼 서울 건물의 철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에선 사회적인 손실도 우려하고 있다. 허용 용적률 600% 350%만 써서 호텔을 졌기 때문에 철거후 다 채우면 투자자 입장에선 엄청난 이익이 생기겠지만, 코로나 종료후 국가간 관광 사업이 활성화될 것을 전망하면 서울 시내 접근성 좋고 안정된 인프라를 갖춘 특급호텔이 사라진다는 것은 자칫 경제적 손실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개중엔 늘어나는 비즈니스 호텔들이 수용하면 되지않겠냐며 반문할 수도 있지만, 프리미엄 급의 위치와 대관 및 부대서비스가 동시에 요구되는 '특별 관광 프로젝트' 의 경우는 얘기가 틀리다. 예컨대 대표적인 것이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 마케팅이 동반된 국제 학술대회나 경제 석학과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심포지엄 등이다. 이런 행사에서 파생되는 관광수익은 서울시 자체가 공생하여 창출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수치로 알려졌다.  

설령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철거 후에 다시 새 호텔을 짓는다 해도 눈에 보이지않는 오랜 세월 축적된 부가가치는 다시 되살릴수 없는 법. 따라서 수반되는 ‘사회적 손실’을 피하면서 최적의 개발 전략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연수 whitewhite@sb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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