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1928 아트센터'에서는  '한국 미술의 서사'란 주제의 전시전을 26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는  '한국 미술의 서사'란 주제의 전시전을 26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광화문 방향으로 걷다보면 근대 건축 양식의 붉은 벽돌의 ‘정동1928 아트센터’ (사진, 옛 구세군중앙회관) 건물이 보인다. 일찍이 백남준, 이중섭, 박서보 등 거장들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두손 갤러리'가 오랜 침묵을 깨고 새롭게 자리잡은 곳이다.

지금 여기서는 ‘한국 미술의 서사’라는 주제로 한국의 정체성에 바탕을 둔 고미술과 현대미술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전이 진행중이다.

늦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오후, 이번 특별전을 총기획하고 주관한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를 갤러리 집무실에서 만났다. 화랑계 원로로 칠순의 나이를 훌쩍 넘었는데도 열정적인 모습에 예리한 눈빛이 여전히 ‘현역’으로 불리고 싶어하는 것같아  “대표 아닌 관장님으로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했더니 이내 환한 미소로 기쁘게 맞아 주었다.

 

- 재개관한 갤러리 장소가 탁월한 듯합니다.  그 배경과 역사적인 건물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지금은 새로운 시작의 시대라 봅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탈로 넘어가는 이른바 ‘디지로그’ 세상이죠. 부모 없는 자식 없듯, 전통을 외면한 창조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개화기 문화의 시발점인 여기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3년여 공들인 끝에 안착할 수 있었죠”

 

- 어떤 계기로 해서 은퇴후 70세가 넘어 다시 현장으로 뛰어 드셨습니까?

“뉴욕을 거점으로 세계적인 갤러리 운영을 하는 페이스갤러리 설립자 아르네 글림처가 84세 나이에 ‘자기만의 공간’을 담은 갤러리를 따로 세우고 연 첫 전시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시 전면에 세운 작품들은 현재 시장성과는 동떨어진, 오래전부터 글림처 개인이 믿음을 갖고 밀어온 작가들 작품이었어요. 이걸 보고, 아 이것이 바로 갤러리스트의 꿈이지 하며...미술은 내 운명임을 새삼 다시 깨달았죠”

 

- 그 말씀인 즉 버킷리스트가 남아 있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이번 전시도 그 중 하나였습니까?

“네 맞습니다”

 

- 구체적으로 언급하신다면?

“아날로그와 디지탈을 저는 정신과 육체로 봅니다. 아나롤그가 육체라면 이제부터는 정신의 시작인 셈이죠. 개화기때는 서양으로부터 받았지만 이제는 동양이 특히 한국의 역할이 크게 기대됩니다. 이미 오징어게임, 미나리 등 영화나 음악에서 역량을 보여 주었죠. 정보화시대 아트의 시원인 백남준의 첫 회고전을 1991 과천에서,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상호관계의 방증인 간다라 미술전을 예술의전당에서 가졌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고품격 정신을 담은 작품들을 변화하는 디지탈 시대에 던져 본 일종의 화두인 셈입니다”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

- 두손갤러리에서 잡지 ‘라라(LALA)'도 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이 또한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테스트하는 작업이죠. 미래의 테크놀리지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증거들을 만들다 보면 언젠가는 미학자들이 끄집어 내겠지요. 동양의 미학을 서양인들이 잘 볼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거라고 생각합니다”

 

- 좀 다른 얘기지만,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 디지탈 감각을 믹스해 만든 ‘반가사유상 명상의 방’이 학생들에게 인기랍니다. 어떻게 느끼십니까?

“반가사유상을 잘 몰랐을 어린 학생들에게 그 존재감이 전달됨은 긍정적인 효과라고 봅니다. 그러나 디지로그 시대를 향한 미학적인 견해로는 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반가사유상은 정말이지 무척이나 고요한 상태에서 부처님 한 분의 아우라가 그 자체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두 분을 한 공간에 그것도 시끌벅적한 사방에 배치한 것은 오로지 서양적 관점이지 정신이 담긴 동양적 베이스는 외면당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 미술 얘기를 벗어나 일상이 궁급합니다. 끝으로 하루의 시작은 어떻게 여십니까?

“살고 있는 북촌에 집이 공교롭게도 제가 다닌 고등학교 건물(현재 정독도서관)과 담장 한 개를 사이에 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동양 문화의 진수는 차(茶)와 선(禪)을  융합한 다선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한국 문화와 접목시켜 세계적인 예술 상품으로 창조할 것인지 깊게 고민중입니다. 하여 오래전부터 아침은 차를 끓여서 음용하는 하루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문을 나서기 직전에는 담장 너머에 3백년 수령의 나무와 하늘을 보며 오늘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지요” 

김연수 논설위원 whitewhite@sb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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